+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 PM 11:15

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종종예전의 생각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때는 무슨 생각들을 했었을까? 그 때 느꼈던 여러 감정들과내가 이야기했던말들과 움직임을 생각해 봅니다.

아주 바쁠 때에도

아주 게으르게 누워서 방바닥을 뒹굴거릴 적에도

생각이라는 것은 무책임하게도 불쑥 고개를 들기 마련입니다.

예전에 참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일들과 관계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랬었군 하고 담담해 질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고...

다시 턱을 괴다가 '그런 것은 쉽지는 않겠네' 라고 생각합니다.

+ 도둑고양이를 위한 사기 밥그릇 - PM 11:28

냉장고에서 '쌍쌍바'를 꺼내기 위해서 부엌으로 나가봅니다.

딸그락 거리는 소리.

부엌창 뒤로의 고양이 움직임과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의 낑낑대는 다른 고양이의 소리가 함께 들립니다.

어머니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도둑고양이들이 굶주릴 것을 걱정하여 작은 사기로 된 밥그릇에 아침에 먹고 남은 꽁치를 담아서 부엌 창 뒤로 내놓으셨습니다.

부엌창 뒷길은 동네 고양이들이 지나다는 주요한 목 중 하나인 듯 합니다.

종종 비가 온 다음날 아침이면 화분의 물받이나, 사기 그릇에 담기 물을 핧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밥은 잘 먹지 않고, 생선 머리나 창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쌍쌍바'를 냉장고에서 꺼내들고 방으로 돌아옵니다.

+ 저녁을 먹지 않은 사실을 알고서도 배가 고프지 않은 어느 토요일 - PM 11:52

무엇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을 하면, 늘 멋지고 극적인 결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주인공은 나 혹은 그보다 더감동적인 무엇입니다.


소설을 쓰려고 하거나, 시나리오의 줄거리를 정리하려고펜을 들고 시간을 보내다가세 줄 정도를적어보다가 멈춰버립니다.

'쌍쌍바'의 한 쪽을 먼저 먹은 뒤에 봉지에 남겨두었던 다른 하나를 꺼내 듭니다.

감동적인 결말을 내기 위해서 글의 처음과 중간에 어떤 것을 넣어야할 지 고민을 시작합니다.

진도가 늘 안 나가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대충 한 번 적어보자고 다그쳐보지만 역시나 처음에 떠올렸던생각과 같이 가슴 두근거리고, 감동적인 결말을 보게 만들어줄 도입부와 전개부, 그리고 대단원 직전의 여러 상황들을 만들어 내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오히려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들은 저녁을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보다 더 슬픈 일입니다.

+ 50곡의 플레이리스트를 걸어 놓다 - AM 00:32

50곡을 나름대로 모아 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열어서 실행시킵니다.

노트북의 스피커 볼륨도 높여 봅니다.

그리곤 다시 천장을 보고 드러누웠습니다.

아직까지 졸립지는 않지만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제목을 잘 선택한 것일까?' 라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천장의 형광등과 벽을 둘러싼 책장들, 책상과 데스크탑 컴퓨터, DVD장식장과 TV들을 누워있는 시선으로 둘러봅니다.

음악이 들리는 가운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빛과 소리는 신이 내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쓰는 글은 세 줄짜리 글이라고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더 쓰면 안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목은 그대로 쓰기로 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내일 일은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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