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일하고 싶어져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아는 사람 통해서 일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냥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누군가의 달콤한 이야기는 항상 의심을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좀 지겨워 졌다.

 

"세 개요."

그래, 세 개

네가 만들어내는 딱 그 세 개
정량적으로 호후하 하는 그 세 개

 

복숭아를 씹으면서, 아이는 어제 복숭아 씨앗을 심어 놓은 자리를 유심히 살폈다. 거기에 자라난 게 아무것도 없자 아이는 눈에 띄게 실망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을 주렴."

테나가 말했다.

 

집에만 있기 무료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작년에 구한 작업실에 거의 매일 같이 가서 놀다가 온다.

 

작업실 옆에 턱시도를 차려입은 길고양이가 한 마리 사는데 처음부터 애교를 부리더니 친한 척을 해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츄르도 사고, 캔도 사서 가끔씩 나눠 주면서 이 녀석의 취향을 확인해봤다.

 

츄르도 3종을 줘가며 비교해보니 츄르는 종류에 상관없이 잘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캔의 경우 수분이 함유된 젤리타입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동안 간식을 나누면서 나만의 애칭인 '애옹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나중에 보니 애옹이가 인기가 많고,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간식을 얻어먹는 기술이 훌륭해서 항상 골목길을 지나갈 때마다 애옹이를 찾고 기다리고 간식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제 밤에 집에 오기 전에 캔을 하나 따주러 나갔다가 애옹이에게 늘 급식을 주는 소위 동네 캣맘을 마주쳤다.

 

이 분이 동네 고양이 급식통에 사료와 물을 주고 다니는 걸 종종 보곤했는데, 애옹이가 주로 먹는 급식 통을 채우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캔을 따주니 캔이 고양이에게 안좋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요? 그럼 캔을 주면 안되겠네요. 츄르나 가끔 줘야 겠네요."

 

그랬더니 츄르도 고양이 몸에 안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고양이가 사료만 먹을 수는 없으니..." 라고 한다.

 

뭐, 그렇구나.

 

사실 애옹이가 요즈음 종종 토하는 경우를 봤고, 그제도 급식통 옆에 토한 것을 봐서 간식을 주던 비율을 좀 줄이려고 하던 참이었다.

 

인기만발 애옹이를 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간식을 너무 많이 주기는 해서, 츄르를 하루에 3~4봉지 이상 먹는 것도 보곤 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바뀌어 간다.

 

나 어릴 적 고양이 키울 때는 고양이 사료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먹다가 남은 밥에 생성 부스러기나 고기국물 섞어서 주곤 했는데 말이다.

 

 

 

자기 전에 양파링을 한 봉지 먹고 바로 이불 위에 엎드렸더니 내 숨에서 양파링 냄새가 난다.

양파링
양파링

 

작업실 옆에 검은 고양이가 산다.

젊은이들이 지나가면서 귀엽다고 쓰다듬는다.

낯을 가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저녁 해가 질 무렵이면 길가에 나와서 바닥에 늘어져 있다가 

사람들이 쓰다듬어주면 벌렁 누워 배를 보여준다.

 

츄르도 주고, 캔도 따준다.

구석진 곳에 정기적으로 고양이 밥과 물을 주는 누나도 있다.

 

츄르라도 하나 들고 '애옹~!' 소릴 내면 귀신같이 어디선가 나타난다.

자기가 먹을 거라는 거 알고 살포시 귀염을 떤다. (귀여움은 패시브 스킬)

 

오늘도 쓰담쓰담, 등을 톡톡 두드려 줘 본다.

 

말도 걸어본다.

 

'재밌게 잘 놀았써?'

 

갸르릉, 갸르릉, 떼껄룩

지난 주말에는 피서지 처럼 이용하고 있는 작업실 내의 젊은이들과 낮에 차를 한 잔 했다.

젊은이들을 보니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듯.

이제 슬슬 어른이 되어서 아무것도 안하니 뭔가 본이 안되는 것도 같고,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생산성 없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나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어떻지?"

"같이 죽어. 그리고 몸이 따라오길 기다리며 서성이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것도 그건가? 몸이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가?"

"아니, 이젠 아니야. 결국에는 다시 살아나게 돼. 그저 전과는 다른 삶을 살 뿐이지."

- 노인의 전쟁 중에서

 

이제는 밤에 깨어있는 것보다 낮에 깨어있는 것을 선택할 즈음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듬.

에어콘 바람 밑에서 소설이나 읽어대고 넷플릭스 틀어대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나봄.

 

20대에는 영화를

30대에는 게임을

40대에는 코딩을 했는데

50대에는 뭘하는 게 좋을까 생각을 해봐야 겠음.

 

음...전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 뿐이지.

하루에 12~14시간씩 자면서 일어나서 화장실가고 밥먹고 또 자고 하고 있는데 슬슬 돌아오고 있다.

 

일단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주일 넘게 잠을 자면 허리가 뻐근해진다. 사실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계속 누워있게 된다.

 

넷플릭스 깨어있는 시간 동안 거의 풀로 돌리는 날도 있고, 여캐 나오는 게임 모드 패치해서 대여섯 시간씩 플레이하기도 한다.

 

얼마나 놀고 먹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하루에 12~14시간씩 분석, 설계도 없는 프로젝트에서 코딩하던 것에 비하면 아직은 더 많이 놀아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

 

밤낮 없이 자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종종 밤에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면 해당 골목 쓰레기차 이동 동선도 알 수 있다. 보니까 쓰레기차 오기 전에 지나가는 동선에 맞춰서 한 곳에 쓰레기를 모아놓는 작업을 하는 아저씨가 있다. 하물며 쓰레기 차도 효율적으로 동선을 만들기 위해서 사전에 준비를 하는데 몇 억에서 몇 십억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분석설계 없이 놀구 앉아있는 놈들을 보면 다 줘 패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뭐랄까.

 

뭔가 노력한 흔적이 있고, 하려고 했으나 해결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면 같이 고민해주려는 마음이 동하는데...갑을병정무기 어쩌고 하면서 내려가는 이놈의 하청 프로세스에서 일을 떠넘기고 개발 일정은 개떡 같이 여기는 놈들을 보니 갑갑하기만 하다. 지금은 21세기인데 아직도 80년대 주먹구구 방식으로 하면서 포장만 그럴싸하게 하는 놈들이 적지 않다. 개발자를 쪼기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횡횡한 SI 업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물론 경력 뻥튀기에 먹튀하는 개발자도 문제는 문제다.

 

휴우...개발 계속 해야 할까?

 

예측 관련된 이론을 접목한 물류 쪽이 유망할 것 같은데...이쪽을 해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4차 산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대개 뜬구름에 덜 성숙한 기술들의 조합을 통한 약간은 사기성이 있어보이고.

 

놀구먹구자면서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안하는게 체질에 딱인데...밥 벌이는 해야 할 것 같구.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어떻게 대략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생각중임...글은 쓰긴 써야 하는데 안쓴지 너무 오래되서 쓰기 시작하기가 어렵다.

 

돈 떨어지기 전까지 놀면서 생각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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