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아침에 하는 간결한 인사 대신 그는 내 정수리를 군밤 때리듯 두들겼다.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난다기보다는 내 머리에서 청명하게 울리는 노크 소리에 잠시 놀라 생각에 잠기었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음향과 진동의 마지막을 봉지에 남은 사탕가루를 혀로 핥듯이 아쉽게 느끼고 있었다.
"이것 참! 정신이 딴데 가있구만..."
시간
정확한 일의 경계선을 사람들은 양과 시간으로 정한다.
어느 정도의 분량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여기에 자금, 노동력, 노동력의 질, 진행 환경, 커뮤니케이션 툴 등의 몇 가지 요소들이 첨가된다.
일을 시작할 때에는 양과 시간을 같이 고려해야한다.
대부분의 일정은 미리 정해진 것이고, 목표가 설정되고 이러한 것들이 정해진다. 하지만 목표는 크기 마련이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에 걸맞는 양이란 있을 수가 없게 된다.
양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시간은 중요하다.
시간은 계속 흐르나 이를 허비하기는 쉽다. 최소한의 양은 미리 정해져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한 준비가 없는 채로 사람들은 원래 시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말이 맞는 말이었으나, 목표를 정하고 양을 추상화 했기에 원래 부족함에 대하여 미리 고려하지 못하였다.
시간의 흐르고 나면 대부분 결과가 좋길 바란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되면 일은 대충 마무리를 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일은 끝나게 되있는 것이다. 진행중의 종료이든, 정해놓은 양을 모두 충당하였든 일은 마치게 된다. 그 결과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은 결과에 따라 때때로 달라진다. 자신의 질과는 상관없이 결과 자체는 좋기를 바란다.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시간을 사용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거리
오늘 아침부터 거리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나의팔 안의 범위 내의 사물과 사람, 한 걸음 이내의 사물과 사람, 일상적인 이동수단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사물과 사람, 커뮤니케이션 툴이나 원거리 이동수단을 통한 사물과 사람, 그리고 미지의 것.
거리에 따른 특성이 사물의 사용처와 특별함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방 안의 거리감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약간은 굽은 어깨와 짧은 초점의 시력을 지닌 인간입니다.
짧게는 한 손에 닿을 수 있도록,길게는 한 걸음에 닿을 수 있도록여기저기 쌓아올린 책, DVD, 음반, 게임타이틀과 TV용 리모콘, 게임기용 리모콘, 핸드폰 충전기들이 놓여있습니다.
걸음을 걸어 방문은 열면 가족과의 공동 공간이 펼쳐집니다. 이는 내가 사용하는데 관련을 지니는 무엇들이 잔뜩 자리를 차지합니다.
나의 주거공간의 한 지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는 함께 사용하거나 임시로 있는 사물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이것은 시간과도 연결되어, 머무는 시간에 따른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다른 공간에서의 만남은 이제 일상화가 되었지만, 이는 참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아주 먼 다른 공간에서 동일한 시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때로 거리는 사람들에게 입체감 혹은 살아있음, 다른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느끼게 하여 주기도 합니다.
프레임과 이미지들의 간격
프레임 안과 밖의 간격과 캔버스 내의 이미지들의 간격이 잘 정리가 되어 있거나 생각치 못한 새로운 위치에 놓여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인가 만들어져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흰 종이 위에 고양이를 그리고 나면 허전하지만...광원의 위치를 정하고 그림자를 넣거나 적절하게 배치한 배경을 흐릿하게그려서 넣어주면 그럴싸한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간격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그 간격이 가지는 사이의 공간과 위치들이 놓여진 글과 이미지들을 살아있게 만드는 듯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레임과 이미지들의 간격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