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얼굴, 까칠한 피부, 붉게 그을려서 땀을 흘린다.

그리고, 다소 지친듯한 그의 얼굴이 김인식 감독의 언질 이후에 딴 짓 안하고 운동했음을 보여준다.

작년 약간 자신만만하게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할 줄 알았으나, 2번의 선수 지명 동안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왕년(?)의 선수에게 모험을 걸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였고, 사생활이나 그의 사적인 이슈들이 오히려 팀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또한 투수에게는 중요한 팔꿈치 수술을 받고, 그의 구위가 얼마나 되는 지는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겨우 120Km 중반의 직구를 던질 뿐이라는 이야기들이 보통이었다.

나는 그의 사적인 생활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 지모른다.

하지만 남녀 관계에 있어서 누구 하나의 극단적인 모습만으로 이런 저런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남녀 관계의 트러블이나 좋은 관계의 발전은 서로의 잘잘못에 기인하는 경우를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무튼...야구 외에 다양한 기삿거리를 만들어내던 그가, 슈크림 빵을 팔던 그가...'1군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공을 뿌리고 싶다.'라고 눈물을 참았을 그가...김인식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로 5천만원에 싸인을 하고 입단한다.

사람들은 비웃는다. 사생활이 문란하다느니...퇴물투수라느니...120Km대의 직구로 중학교야구에도 통하지 않을꺼라느니...별 신기한 리플들을 다 읽었다.

그런 그가 시커매져서 1군 무대에 다시 섰다.

첫 등판에서 팀 동료들의 도움으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되었다.

두 번째 등판에서 무실점으로 중간 역할을 하고 들어갔다.

세 번째 등판에서 첫 홀드를 기록했다.

네이버 리플에는 아직도 비웃음을 남발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프로리그에서 세 번의 등판이면, 시험 등판은 어느 정도 통과했다고 봐야한다.

김인식 감독은 갑자기 그가 다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서 불같은 150Km의 강속구와 폭포같은 포크볼을 던지리라고 데려왔을리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평가하였을 것이고, 올 해 다듬어 내년에 하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가능성을, 남들은 보지 않은 가능성을 본 것이고...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적중했다.

나는 타고난 재능만으로 10~20년씩 야구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야구밖에 할 줄 모르는, 수 천번의 배팅 연습과 수 천번의 투구 연습, 그리고 자신을 컨트롤함으로써 대성한 멋진 프로들은 늘 보아왔다.

이미 그는 전성기의 모습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그의 오랜 야구에 대한 센스, 타고난 신체조건, 그리고 다시 공을 던지겠다는 강한 마음이 김인식 감독의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야구장에 가게 되면 나는 그의 까칠한 얼굴로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꽤나 흥미있는 요소가 되어버린 풍운아 조성민 투수에게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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