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나는 괜찮은 드라마나 멜러물을 찍고 싶었다.

달콤 새콤한 남녀의 이야기와 약간은 야한 이야기들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도무지 그게 되지 않는 거다.

환경이 그러했고, 의식없는 최루성 필름을 만든다는 소릴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른다.(하지만 내가 그런것을 찍은들 누가 관심이나 가졌겠는가?)

'좋아. 이번에는 가슴이 두근 세근 콩닥콩닥 뛰는 그런 걸 써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빈 강의실에서 책을 읽다가 펜을 돌리며 글을 써보지만...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써 넣으면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되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연애소설을 읽자고 마음먹고, 베스트셀러들을 대출해 읽지만 책 내용은 생각이 가물거리고 책에서 인용된 시집을 사서 읽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도데체가 '만난다'...'만나게 한다'...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한단 말인가?

그래서, 글을 쓰다보면 여자는 눈꼽만큼 나오고, 이야기는 시니컬하고 엉성한 알 수 없는 사회부적응자의 이야기가 되기 일쑤였다.

도무지...실험영화도 맞질 않고, 아트도 마음에없는데...스토리가 없는 영화란 무엇이란 말인가?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고 순응했거나, 혹은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남과 달랐기에 예술을 하기에는 다른 쪽으로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차라리 그 때 책을 읽거나 고민하지 말고, 연애를 하고 놀았더라면 더 좋은 연애 이야기를 쓰고 찍었을 지도 모른다.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무책임한 책읽기와 혼자 있기는 조금 다른 정신세계를 만들어 냈음이 분명하다.

그 때 단순하게 레모네이드의 맛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더라면, 혹은 그런 맛을 알았더라면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시큼 달콤한 맛의 소망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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