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선생님과 우기부기군을 만나고 돌아왔다.
길을 돌아서 천천히 내려오니, 습한 밤길의 미끄러움도 느끼고 지나간, 지나갈 시간들의 어렴풋함도 잠시 느끼게 되었다.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할 지 두근두근 거리기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하~그런 나이의 어른들은 무엇을 할까'했던 것이 이제는 그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그렇게 생각하였던 막연한 것이 그 나이에 들어서도 사실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리게 된 것이다.
변화는 있다.
하지만 그 폭이나 넓이의 갭은 있을지언정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없기도 한 것이다.
세상의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고, 세상의 저녁이 그렇게 저물어 가는 것이다.
조직의 커감에 따라서 그 조직의 여러 모습들을 보게 되고, 그를 통해서 나도 또한 돌아보게 된다.
아마도, 조직 내에서 그대로 움츠려왔다면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고 똑같이 걸어왔을 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세상은 더한 것들을 겪어 왔던 것이다.
나의 작은 세계에서 더 큰 세상으로, 그 크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세상의 아침은 계속 움직이고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여기 저기에 마법의 문을 열고, 우린 다른 얼굴로 타인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내 안의 가장 소중한 '소피'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이는 늘 나의 작은 세상에 잠들어 있는 아름다움이다.
나보다 더한 세상을 만나니...작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되고, 부?H혀 보고 싶고, 또 다른 모험을 하고 싶어진다.
그 길에 음모와 험담, 수 많은 경쟁자와 멍청이가 같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해도...
나보다 덜한 세상을 만났다면 나는 실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보다 더 힘이 센, 나보다 더 똑똑한, 나보다 더 무서운, 나보다 더 훌륭한, 나보다 더 지혜로운, 나보다 더 강한 세상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만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적이 최종 보스거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적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러한 것일 지도 모른다.
강호에서 사라진 전설의 무술가도 이런한 회의에 빠져서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나보다 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때때로 내가 멍청이가 되더라도다시 힘을 내서 도전해볼만한 마음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