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에 터덜거리면서 집에 가던 중 물과 끄바스를 한 병씩 사러 끼오스끄에 들렸다.
해질 무렵이었기에 날은 어둑해져가고 있었고, 끼오스끄 안에서 사람 모습이 안보여서 '실례합니다.'를 외쳤다.
아주 잠시 후 끼오스끄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한 손으로는 눈물을 훔치면서 얼굴을 내밀었다.
'바다 빠좔루스따, 이 끄바스 빠좔루스따.'
'아쿠아 미네랄?'
'다.'
'베즈 가자?'
'다.드바 낄로 빠좔루스따.'
핸드폰으로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일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한 손에는 계속 핸드폰을 들고 2킬로 짜리 아쿠아 미네랄 한 병과 끄바스 한 병을 계산대 위에 올려 놓았다.
언뜻보기에도 그루지아나 남쪽에 가까운 다른 지역에서 온 듯한 외모.
나이는 40대 초반.
분명히 시간제로 끼오스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모스크바의 수 많은 이방인들 가운데 한 명일 아주머니는 멀리 타국에서 그보다 멀리서 온 중년의 남성에게 물과 끄바스를 팔고 있다.
무슨 슬픈 일이 있기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전화를 해야했던 것일까?
러시아 시내 식당에 가면 영자 신문 몇 개를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먹거리와 클럽을 소개하는 엑자일(exile)이라는 모스크바에 사는 미국인이 발행하는 신문이 있다.
대부분 자신이 펑키하다고 생각하는 필진이 대부분이고, 어느 클럽에서 여자를 꼬시는 게 좋은지도 아이콘 및 별표를 매기는 그런 신문이다.
특별히 기사랄 것은 없지만, 특집 형태로 2~3면을 할애해서 기사를 쓰기도 한다.
그 가운데는 '하루 안에500불로 7명과 관계 가지기'라는 엉뚱한 기사도 있고, '모스크바의 이방인'과 같은 어떤 끼오스끄의 아줌마 인터뷰도 있다.
필진이 외부 필진(모스크바 거주하는 북미인이 대부분이지만)이기 때문에 기사 자체가 들쑥날쑥하기는 하다.
모스크바에 돈을 벌러오는 CIS 지역의 수 많은 외국인들에 대한 기사가 개중 마음에 들었었다.
무언가 희망을 찾아서 돈을 벌러오는 CIS 지역의 외국인들은막노동과 끼오스끄, 시장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을 들어다 볼 수 있는 기사를 보고 나서, 내 일상에서 지나가는 외국인들의 삶을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와는 다른 형태의 이방인.
그들은 고국의 아들과 남편들에게서 전화를 받고, 때때로 끼오스끄의 구석진 의자에 앉아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무딘 감수성이 때론 이런 일상에 대한 상상으로 가끔생각에 빠지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