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고양이(2)

강아지 보비끄

"료샤, 내가 어제 뭘 본지 알아?"

"내가 알게 뭐야?"

뜨베르스까야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할머니가 던져준 고깃덩이를 씹던 료사는 갑자기 입맛이 싹 가신듯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습니다.

"어제 밤에 끄레믈 근처에서 봤는데, 예전에 왔던...아 뭐드라...그아르바뜨 역 근처에산다던 녀석 있잖아. 고양이를 찾는다고 했나? 뭐 그런 이상한 소릴하던 그 녀석이 진짜 암고양이 뒤를 ?아 다니더라구."

"흥, 줏대 없는 녀석. 그 녀석은 바보야. 개가 책을 읽을 줄 알면 뭐해? 주인도 없이 떠돌아 다니는 주제에 이상한 소문만 들어가지구."

"료사,떠돌아 다니는 건우리도 마찬가지잖아?"

"그게 내 말이야. 잘들어, 싸샤. 주제 파악도 할 줄 모르는 녀석들은 다 멍청이라구. 그 녀석은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돌아다니는 멍청이이야! 알겠어?"

료사는 큰 소리로 화 내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보비끄의 행동에 대해서 무척 궁금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아르바뜨로 가서 보비끄의 그 뒷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보비끄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한 달 정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5월이 되어서 모스크바도 새싹이 돋고, 날씨도 따뜻해질 무렵 어느날 오후 퇴근 시간 무렵에 보비끄가 어슬렁 거리면서 버스에서 턱하니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모스크바의 강아지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시내에서는 퇴근 시간 대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급적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비끄는 퇴근에 사람들이 붐비는데도 태연하게 사람들의 틈 사이를 비집고 내리더니 터벅터벅 걸어서 뜨베르스까야 역으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보는 녀석인데?"

보비끄를 처음 발견한 것은 싸샤였습니다.

누런 털의 커다란 잡종견.

털의 군데 군데에는 먼지와 털이 엉겨붙어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털이 빠진 듯한 느낌이 나는몸집이 커다란 강아지였습니다.

하지만, 허기 진 모습에 비틀비틀 거리며 겨우 걸음을 옮기듯이 그 커다란 몸을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역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늘 이 시간이 되면 역 주변의 강아지들에게 고깃덩기를 던져주는 할머니 앞에 주변의 강아지들이 모여들 때,그 녀석은 어느새 다른 강아지들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 할머니가 휙 던져주는 고기를 덥썩 물었습니다.

"이봐 얼간이. 여긴 너희 집 안방이 아니야. 꺼져."

"미안해. 하지만 난 벌써 3일째 굶었고, 밤마다 잠을 자지 못해서 힘들고 배가 고파서 쓰러질 지경이야."

"그건 네 사정이지."

"할머니는 나에게도 던져준 거야, 이 고기 조각을. 그건 너희들도 봤잖아."

"그건 그렇네."

"뭐?"

"할머니가 던져준건 사실이잖아..."

"입닥쳐 이 바보야!"

대화 중간에 끼어든 싸샤에게 료샤가 으르렁 거리자 싸샤는 꼬리를 말고 기가 죽어서 몸을 웅크렸습니다.

료샤가 싸샤에게 화를 내고 있는 동안 그 누런 강아지는 자기 앞의 고깃덩이를 물고 한 쪽 구석으로 자리르 옮겨 고기를 뜯어 먹었습니다.

싸샤에게 화를 내고 나니 료샤도 그 다음에 다시 할 말을 잃어서 바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누런 강아지를 노려보면서 고깃덩이를 물고 자신이 늘 누워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옆에 기가 죽어 있던 싸샤는료샤의 눈치를 살피면서누런 강아지 옆으로 가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너 왜 삼 일 동안 아무 것도 안먹은 거지? 설마, 자살하려고?"

"..."

"죽을 생각도 아니면서 일부러 아무것도 안먹고 다닌거야?"

"..."

"오랫 동안 굶어서 말도 잊어버렸나? 너 어디서 왔냐? 내가 여기 녀석들은 대충 아는데...시 밖에서 왔냐?"

"아니, 아르바뜨 역 근처에 살아. 아...좀 살 것 같다."

"헤에~. 바로 옆에 살고 있었잖아."

할머니가 던져준 고기로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랜 누런 강아지는 한숨을 돌렸습니다.

"며칠 전에 어떤 책을 봤어. 이전에 보지 못한 그런 내용이 담긴 책을 봤지..."

"하하하, 개가 책을 읽는다구? 사람들은 그걸 '개같은 소리'라고 하지."

옆에서 싸샤와 누런 강아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료샤는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책? 무슨 책을 읽었는데?"

"보통은 소설책 같은 걸읽어. 하지만 내가 그 때 봤던 책은 좀 다른 책이었어."

"책을 읽는 개라...근데, 너 이름은 뭐냐?"

"내 이름은 보비끄, 사람 말을 하는 고양이를 찾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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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마리안느와 보비끄의 어드벤처는 다음주 이 시간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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