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조셉 보그스의 '영화 보기와 영화 읽기'라는 책이 나왔다.

당시 학교 도서관의 영화 관련 서적이란 한 쪽 책장 서 너 줄에 사진 관련 책과 함께 백 여권도 채 안되는 분량이었고, 새로 번역되거나 출판되는 책도 바로 사서 읽을 정도였으니...당시에 출판된 영화 관련 서적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의 내용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용 하나는 기억 난다.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를 읽는 것.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영화에 엄청난 관심과 이에 대한 산업으로의 사고가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나오기 시작한 씨네21, 키노들이 스크린과 로드쇼의 뒤를 이어갔고,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서 읽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영화를 이야기 하자.

일반인들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이제는 감독이 어떻게 그 장면을 이끌어 냈는 지를 토론하고, 스타일과 작가주의를 이야기했고 서사적 구조와 영화 속에 숨겨진메타포를 이야기했다. 편집과 사운드를 논하고 다들 20자 평을 쓰면서 드래곤 라자의 시니컬한 주인공처럼 토론을 하기도 했다.

영화는 해체의 시대일까?

정보의 과잉과 토론의 범람이 미디어와 인터넷이 가져다 준 선물인 것인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언제부터 완성된(불완전하든 완전하든) 결과물의 구조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면서 컨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한 것일까? 감상이라는 옷을 입고 해체된 각 부분들에 대한 논평을 늘어놓게 된 것일까?

나의 아픔은 구워진 빵의 맛을 음미하기 전에 그 밀가루와 이스트와 반죽을 논하며 빵을 먹는 이들을 보는 것이다. 그저 나에게는 '멋진 맛이거나 혹은 반죽이덜된 빵'일 뿐이다. 컨텐츠를 논쟁으로 소비하는 것은 평론가에게 역할을 주어도 될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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