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교문을 나서 신촌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서 횡단보도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아이들.
어제 밤새 내린 비에 아직 마르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웅덩이.
흐린 하늘의 이른 저녁에 고개를 숙인 덩치 큰 플라타너스.
길고 넓은 연대앞 도로 위를 머리에 불을 밝힌 채 온 몸이 앞으로 빨려가듯 내달리는 자동차들.
그 사이를 비집고 거리의 어느 즈음에 선 나는.
푸른 신호등이 켜지자 구두 뒷굽을 '툭'차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함께 흘러가듯 움직이는 나는,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나있는 흑백의 스프라이프 경계를 가로질러 간다.
들여다 보는 삶의 다른 쪽에는 감추려는 삶이 있고,
솔직한 이야기라고 성급하게 거짓말을 한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마주한 남녀는
뿜어져오는 순간의 인상에 의해서 그 또는 그녀에게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거나 최면에 빠진다.
그 또는 그녀에게
이 자리의 최면을 떠나서 함께 고통을 겪을 것인지
홀로 고독한 가운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릴 것인지
선택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 날 하루가 너무지겨워진 나머지 그 또는 그녀는
'지겹다'는 말을 문뜩해버렸다.
파르르 떤다.
이제까지 그 또는 그녀와 함께한 일상이 일순간 모두 지겨워져 버렸다.
샤콘느(Chaconne)
- 엄격한 형식 속에서 들끓는 열정
-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
이라고 앨범(The Art of Chaconne)에 적혀 있네요.
샤콘느는 3박자의 느린 춤곡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연주곡으로 더 많이 사람들에게 들려졌고, 여러악기로 편곡되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똑같은 곡이라도 악기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스티나토 변주곡의 대표적인 예로 '파사칼리아'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가까운 형식이라고 합니다. '오스티나토'는 이탈리아어로 '끈질긴', '고집스러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고 반복되는 단순한 베이스 저음을 기반으로 하는 특징을 표현합니다. 저음부의 단순한 음의 변형과 상성부의 다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이 샤콘느의 본질이라고 하는군요.
오늘도 역시 사진은 아이토이 카메라군이 수고하여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