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여름에 우리 서울 집은 그다지 더운 편이 아니다.
거기에다 금년에는 누나와 조카가 머무르고 있어서 엄마가 에어콘을 펑펑 틀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금년 여름이 더운 것은 사실이고, 습도도 모스크바에 비할바가 아니다.

늦잠을 자다가 방이사님과의 점심 약속도 못지키고, 겨우겨우 씻고 나오니...
약속 시간까지는 한 2시간 여가 남았다.

엉겁결에 나와서 PC방으로 걸어가는데 날이 덥기는 덥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해야할 일이 없다는 것과 애써 전화를 받거나 고민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인지
가슴을 짖누르는 답답함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편하다고나 할까?

뜨거운 거리에서 사람들이 지쳐서 혹은 찡그리고 지나쳐 가는 데도
그저 이 걸어가는 일상이 담담한 것이 참 좋구나.

한국의 상황과 삶의 아둥바둥에서 내일은 어떻게 될까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지만
아무런 목적 의식도 없이 천천히 길을 걸어가는 것이 좋아졌다.

이런 저런 기대, 다들 좌불안석에 자리와 돈에 매여 힘겨워 한다.

그깟 몇 십년의 인생 왜 그렇게 힘든 것인지. 힘들여 살아가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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