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준비 없이 온 음악 선생님은 문이 잠겨있는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인사를 한다.

선생님인지 아닌지 어두운 통로에서 잘 인식하지 못한 나는 그냥 지나친다.

준비가 안된 것은 그 공간인지, 선생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다른 선생님이 전화를 한다.

복잡하다.

무념...창이 내가 앉은 근처에 없어서 잠시 바라볼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노랠한다.

...

눈을 감고

잠시 기다린다.

언성을 높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하시던 의사선생님이 "어떻게 국민연금 하루 연체될 때마다 5%씩 연체료가 붙냐고? 이게 말이되?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느라..." 라며 내가 누워있는 의자옆에 앉으시면서 이야기를 하신다.'윙~' 소리와 함께 드릴 같은 도구로 내 이를 갈아대기 시작했다.

물이 튀고, 시큼하고, 무언가 이상한 맛이 나고, 간호원은 얇은 호스를 입안에 넣고 물을 빨아들인다. 삼키지 말라고 주의를 미리 받았는데...나는 그만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

눈을 뜨면

노트북 LCD 모니터를 보면서 다섯개의 거짓말과 열 한 통의 이메일을 자판 위로 손가락을 튀기듯 통통 뚝딱 탁탁거리면서 쓰고, 정작해야할 작업은 또 미뤄버리고 만다.

냉동건조한 커피분말 두 스푼을 뜨거운 물에 풀어서 탄 커피에는 설탕 세 스푼, 프림 두 스푼이 함께 들어가 있다. 뜨거운 커피. 치과에서 내 이를 붙들고 있던 간호사가이가 시릴 수도 있으니 찬 것은 가급적이면 먹지 말 것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이므로 마셔도 되는 것으로 분류를 해본다.

....

문을 열면

어머니는 내일 새벽 동남아 여행을 가신다고 짐을 꾸리신다. 여름옷 몇 벌과 내의, 그리고 기초 화장품과 기타 소지품들을 작고 빨간 여행 가방에 차곡차곡 넣으신다.

크게 기대하시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정말 오랫만에 여행을 떠나시는 것이 좋으신 것 같다. 어딘가로 떠나는 것...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겠다.

올 여름에는 뉴저지에 사는 둘째 누나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아마도 못갈 것 같다.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와야 하는데...갈 수 있을련지...

어머니는 짐을 싸자마자 나를 붙들고 이야기를 하신다. 밥은 어디에, 냉장고 몇 칸에 무엇이 있고, 과자와 음료수는 무엇무엇 있고, 과일은 어디서 꺼내먹고...다시 반복.

과연 나는 집에 들어와서 밥을 퍼 먹을 것인가?

이틀이 지난 후에는 밥을 해 먹을 것인가? 아니면 누나가 와서 해줄 것인가?

....

문을 닫고

내 방에 엎드려서 글을 토닥거리며 써본다. 이를 세게 깨물면 시린것도 같다. 아직도 치과에는 더 많이 가야한다. 혼자 아침에 일어나서 치과를 가면 어떤 느낌일까?

노트북에 전원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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