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오래된 미래 책 좀 다시 빌려주세요."

"응, 그래"

"용근이랑 라다크에 가기로 했어요."

"라다크? 용근이는 다큐 찍는 프로덕션 다니지 않았어? 일로 가는거야?"

"아뇨, 사표냈대요...그리고나서 저에게 라다크에 가자고 전화한 것 같아요."

"그래서...같이 가려고?"

"네,교수님께 하던 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 했어요"

"벌써?"

"네."

"...책 어떻게 줄까? 신림으로 올래?"

"네, 도착해서 전화드릴께요."

"응."

어제 저녁, 용성이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라다크로 가겠다고 전화가 왔다.

자정이 다되어가는 신림역에서 만난 용성은 '형, 나 참 대책없지?'라며, 30대가 되는 젊은 녀석들이 느껴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나도 그닥 좋을 건 없다며 껄껄 대었지만, 그 서글픔에 가슴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해가 갈수록 약간은 더 거칠어져 왔고, 차가워진 채 살아온 내가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미소를 듬뿍담고 건넬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어쩌면 라다크에서 무엇을 찾을 지도 모르지.

그게 집 뒷동산이거나 라다크의 높은 산 속이거나 무엇을 찾는다면 좋겠다.

그 또는 그녀의 이야기들...

창작하는 사람이 겪어야하는 외로움들과 흔들림들.

시간이 흐르는 것 앞에 서서 한 없이 자신이 초라해져가서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될 것 같은 두려움들.

나 또한 그것을 가지고 촌스럽게 살아간다고.

하지만 자신을 잃지 말고 창작하는 고통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살아있는 생명에 대하여는 부끄러워해도 창작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지나온 시간들을 기억하지만 되돌리려하지는 않는다.

간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이 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반가울 것 같다.

라다크건 그 어디건.


알레스2 뮤직에서 나온 월드컬렉션 시리즈 1편으로 해설집과 함께 북사이즈의 커버에 담긴 음악이다. 안데스 음악을 모아서 만든 편집음반으로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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