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공각기동대 12,13권을 꺼내서 보았다.

휴무 주말은 잠드는 시간이 길다.

새로 옮긴 이곳은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이고, 대개 8시 10~20분에 도착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전보다 약 2시간 가량 일찍 일어나는 셈이다.

아니 1시간 30분 가량 일찍 일어나고 있다.

거리가 가깝고, 이동 시 지하철이나 버스에 사람이 별로 없고, 주변이 조용해서 좋다.

잠드는 시간은 3~4시에서 이제 1~2시로 바뀌고, 나름대로 적응을 해나가려 한다.

온지 얼마 안되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호기심'은 인류에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것은 어떤 이에게는 '욕망'이되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는 '탐욕'이 되기도 한다.

무엇이 되고 싶은 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묻는다.

서고의 책들 속에 둘러싸인 어린 해커처럼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호기심'을 가진 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넌 도데체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냐?

넌 도데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냐?

넌 도데체 누구를 만나고 싶은 것이냐?

SICAF에서 영사실에 있을 때 저의 별명은 '토토'였습니다.

2조로 된 35mm 구형 수동식 영사기 옆에는 16mm EIKI 영사기와 손잡이가 달린 리와인더가 있었습니다.

요즘 극장의 영사기처럼 한 롤에 필름이 모두 감긴 형태로 영화 한 편을 모두 볼 수가 없었지요.

필름을 하나 걸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30분 정도의 한 롤이 지나가면 세 번의 펀칭에 맞춰서 다음 영사기의 필름이 돌아가도록 커다른 빨간 버튼을 '쾅'하고 눌러줘야 했답니다.

영사기가 체인지 되면 얼른 1권의 필름을 뽑고, 3권을 걸어 준 뒤, 꺼낸 1권의 필름을 리와인더에 걸고 처음 장면으로 되돌리죠.

캔에 필름을 넣고 손에 뭍은 기름을 닦고 잠시 않아 있으면 또 2권을 그렇게 꺼내야 합니다.

필름의 시작 부분에는 은박 테입을 붙여 놓아서 처음 부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35mm 영사기를, 저는 16mm 영사기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리와인더와 필름 캔 정리는 제 몫이었죠.

다음 상영을 위해서 시간표에 맞춰서 늘 순서를 잘 챙겨 놓아야 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작은 유리 구멍에서 뿜어져 나가, 불이 꺼진 공간을 가르는 빛을 바라봅니다.

스크린에는 거꾸로 감겨가는 필름을 뚫고 흐르는 빛이 만든 상들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저마다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 하얀 스크린에 뿌려지는 빛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숨죽인 채로 누군가의 삶을 엿보면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아무의 방해도 없이.


찰리 헤이든과 팻 멘시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의 12번째 트랙인 'Cinema Paradiso(main Theme)'입니다.

넓은 미조리의 하늘을 담고 있는 듯한 고향을 테마로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창작곡들도 함께 들어 있지만, 새롭게 연주한 이 곡도 좋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왔던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곡으로, 이 둘이 연주합니다.

국내에 라이센스 버전으로 구입하면 둘이 나오는 DVD도 덤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수입음반보다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수입음반인데...DVD 덤으로 들어 있는 라이센스 음반으로 바꿀까 고민중입니다.

사진은 역시 아이토이군이 수고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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