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어..."

좀처럼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지칠 때까지 몸을 움직이고, 모니터에 코를 박고 않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끊임없이 내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물어보고, 쉼없이 걸어서 또 걸어서 여러 길을 지나 다리를 끌고 내 방으로 들어온다.

작은 방의 한 가운데 엎드려 내가 기억하는 것들을 모두 떠올려서 토하듯 글을 적는다.

숨을 크게 몰아쉬는 통에 얼핏 정신이 들고, '아직은 내가 살아있구나' 한다.

누구를 기억한다거나 떠올리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몸을 돌려서 누워본다.

딱딱한 바닥은 나의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부식토가 두껍게 깔린 마냥 얹혀진 이불 위에서 나의 몸은 작은 숲 속에 갇힌아이가 되었다.

나는 누구일까?

길을 잃어버렸는 지도 모른다.

손만 뻗으면 닿는 지척의 문을 열고 '안녕'이라고 이야기하면 될 일.

숲 속에 갖혀 버렸다.

그렇다고 커다란 몸뚱이를 웅크린 채로 엉엉 울수도 없는 일이다.

기억상실의 파동은 회오리치듯 사방으로 흩어져가고, 나 역시 계속 회전해야 하는 무거운 추처럼 겨우 중심에 실오라기 하나에 매여진 채로 밖으로 뛰쳐 나가려는 회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늘은 하얀 벽지.

태양은 30촉의 원형 형광등.

누워 잠이 들었었나 보다.

엎드렸던 가슴을 잠시 편하게 하고 싶어 누은 채로 숨을 내쉬다 잠들어 버린 것 같다.

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멍하니 헛 기침을 하듯 이야기 한다.

"꿈을 꿨어..."

핸드폰의 충전기는 완충을 나타내는 노란 불빛을 내고, 버튼을 눌러 시계를 보니 어느덧 2시간 가량 잠이 들었었던 것 같다.

잠시 잠들었던 시간이 아까워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나는 꿈의 내용을 잃어버렸다.


아주 오랜 시간.

나는 기억의 시스템 속에서 점점 엷어지는 사고의 흐릿함을 보았다.

아날로그의 초침처럼 돌아가버린 시간은 디지털의 비선형 구조의 탐색처럼 어느 한 지점으로 쉽게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아날로그.

나의 시스템은 꿈의 기억마저도 다시 떠올릴 수 없는 아날로그.

레이정의 라는 앨범의 6번째 트랙에 있는 곡입니다.

레이정은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한국의 음색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1집도 그랬지만 2집도 단소, 해금과 같은 국악기를 곁들여서 편안한 음들을 만들어 냅니다.

새롭게 만들고자한다른 곡들도 좋지만 4분 정도되는 시간 동안 반복과 변주가 되는 이 곡이 단순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국의 시성 두보의 ‘나라는 망하여도 산하는 남아 있어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만 무성하구나…’라는 구절을 읽고 영감을 받았다는 'Mountain High River Flow'.

아리랑을 베토벤 전원교향곡의 일부 테마와 연결해서 만들어 낸 'Arirang On Green Wind'.

패티김의 딸인 카밀라가 참여하는 'Everytime Everywhere'.

여러 곡들이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오늘도 사진은 역시 아이토이군이 수고해 주었습니다.(아~ 수고가 많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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