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보다 더 작은 내용물


나는 작은 중심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나라는 틀은

스스로보다 더 작은 내용물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속의 자신은

자신을 감싸는 용기처럼 연약하게 그을리는 피부를 지니고 있다.

피부가 부슬거리고 따거워지는 그 속에

조금씩 익어가는 나의 기억이 산다.

너무나도 느리게 익어가기 때문에

기억이 이젠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잘 구워진 기억은 모락모락 조용하게 올라오는 김을 내며

기억들을 풀풀 날리곤 하는 것이다.

틀 보다 작은 내용물에 담겨 있는 잘 구워진 내 중심의 기억


어쩌나

한 입 콱 배어물면 엉엉 울 것 같은 그 뜨겁고, 노릇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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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CULTURE의 'MISSING'앨범의 타이틀 곡인 'Missing(잃어버린 것들)'입니다.

처음 음반을 걸고 들을 때, 너무 스탠다드한 맛이 나서 조금은 우울해져 버렸습니다.

뭐랄까...가을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죽어가고, 그를 슬퍼하는 남자가 기억을 안고 낙엽진 길을 걷는 장면 같은 '눈물이나쏙빼'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스탠다드함은 지루합니다.

피아노만 울려댔다면 정말이지 그런 느낌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은근히 현이 깔리니 나름대로의 감수성도 이해를 해줄만 할 것도 같습니다.

JS CULTURE는 피아노의 김상미씨와 콘트라 베이스의 정중화씨가 혼성 듀엣으로 만든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MISSING' 이후로는 앨범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핫트랙에서는 '폐반'이라고 검색도 안되네요...이런...)

...약간은 아쉬운 그런 앨범입니다.

찰리 헤이든을 위해서 만든 'Song for Charlie' 곡의 ver2에서 들리는 아비 보르트닉의 기타가 들을만 합니다. 곡 자체도 좋고 기타음이 풍부한 맛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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