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선 길에서 마주친 바람이 맵다.

모퉁이 길 위에 지난 주말 내린 비 웅덩이가 얼어 서서히 증발하더니
이제는 작은 얼룩이 되어 조그만 흔적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껍고 긴 패딩에 둘둘 말린 채로
마스크를 쓴 얼굴을 외투 가슴팍 사이로 푹 숙이고 황급히 길을 걷는다.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일을 볼 때에도 밖의 찬 바람이 부는 소리에 멍해지곤 한다.

바람이 차다.

귀와 얼굴을 땡땡 얼게 만들어 버리는 해진 저녁 귀갓길 바람 속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추운 겨울이 왔다.

 

선선한 바람

쏟아지는 빗살이 그치고 내리 쬐이는 낮의 햇살 가운데 서서 '입추도 한참 전이고, 이제는 가을이네요.' 라고 말했다.

태풍의 끝자락이라도 걸쳤는지 바람이 때론 거칠게 부웅 소릴 낸다.

슬며시 돌아가던 회전 연통도 달가닥거리며 지나가는 바람 따라 소리를 낸다.

하지만, 아직 가을은 오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것.

'아주 잠깐만 있다가 곧 갈 겁니다.' 말해버린 건 실수가 아니었다.

은연중에 생각이 말로 흘러 나와버린 것이다.

지나가버린 아직은 따사로운 햇살 속의 휘익 소리를 듣는다.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나무들이 보고 싶다.

가을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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