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해살이 노오란 달맞이꽃 따라
둥그런 달이 하늘에 떠 얼굴을 내밀고
야들한 달빛에 따사로운 듯 손을 쥐락펴락

누군가 웃음지며 소곤대는 소리에 깜짝 눈을 떠본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고
귀뚜라미 소리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일고

 

보고 싶다 그려본 어둔 밤 하늘의 네 얼굴

기억도 희미한 그 얼굴을 동그랗게 그려본다.

 

손 끝에서 그려낸 네 얼굴이 내 기억 속에서 웃는 것만 같다.

 

네 얼굴이

네 모습이
마치 달처럼 하얗다.

 

 

어느 예쁜 아가씨
동그란 마카롱을 만드는 걸 보다가 갑자기


커다란 김밥, 울퉁불퉁한 김밥

어설프게 말아서 썰어 놓은 커다란 김밥을 꾹꾹 눌러담은 양은 도시락통
사이다 한 병과 어제 산 과자 두 봉지

봄과 여름 그 어느 사이에
소풍은 학교 뒷산으로 간다

친구들의 작고 동그란 예쁜 김밥이 부러워
아마 맛도 있을테지

내 김밥은 너무 커서
한 입에 먹을 수도, 들고 먹을 수도 없다

열린 도시락통 안의 김밥은 이미 터져 버려
김과 계란과 밥을 뭉쳐서 한 입
김과 시금치와 단무지를 다시 밥에 뭉쳐서 한 입

요리 못하는 엄마를 꾸짖으며 짜증내던 모습이 떠올라
끅끅끅 소리내며 어린 나에게 분노했다

해본적 없는 요리에 살림은 언제나 힘든 일이었지만
해야만 한다고 해내야만 한다고
삼남매 혼자 키우던 모습


그 예쁜 아가씨 동그랗게 만드는 모습에
다시 눈물이 왈칵

 

 

복숭아를 씹으면서, 아이는 어제 복숭아 씨앗을 심어 놓은 자리를 유심히 살폈다. 거기에 자라난 게 아무것도 없자 아이는 눈에 띄게 실망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을 주렴."

테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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