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전거처럼 활용되는 따릉이

 

밤에 골목을 지나다보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인 따릉이를 자기 집 근처에 세워둔 게 보인다.

 

대여소 반납 시 거치대가 꽉찼을 경우 거치되어 있는 자전거의 반납을 위한 잠금장치를 연결해서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는데, 이 잠금장치를 자신이 빌린 자전거에 연결해서 반납이 된 것처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새로 나온 QR로 하는 방식은 아마도 이런 부분을 좀 보완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살면서 이런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는데 이 사람들 대부분 부끄러운 것 자체를 모르거나 자신이 마치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여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아 왔다.

 

재수할 때 학원 선생님 중 한 분이 시험에 분명히 나올 것 같은데 잘 안외워지거나 매번 틀리는 1~2문제 정도를 몰래 적어 치팅을 통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자랑(?) 비슷하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워낙 공부 잘하는 학생이므로 선생님들도 의심을 하지 않고, 아이들도 모르게 잘 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글쎄...같은 반 애들은 알았겠지.

 

한 5~6년 전 쯤에 어떤 업체에 크로스플랫폼 관련 미팅을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 개발 팀장과 이야기 중에 iOS 앱을 하루면 배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당시 프로젝트 일정을 짜면서 iOS 앱스토어 배포는 보통 일주일 혹은 10일 정도를 리뷰 기간으로 잡는게 일반적이었는데, 하루 혹은 길어도 이틀이면 우리는 배포가 가능하다고 호언장담을 해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iOS 앱은 작년부터 배포 작업을 해보지 않아서 지금은 얼마나 걸릴지 잘 모르겠네)

 

알고보니 애플에서 긴급 리뷰(Expedited App Review) 시스템을 도입해서 심각한 버그나 시한이 긴급한 이벤트 등에 특별한 절차로 앱의 리뷰를 빠르게 처리해주는 요청을 일반 앱 배포에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자신이 잘 활용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긴급 리뷰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자주 신청하면 그냥 리젝되는 경우도 나중에 생겼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든 것들이 오히려 긴급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으로 다가오는 경우를 본다.

 

생활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의 빈도가 너무 높아서 당황스러운 때가 많고, 때때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라는 주제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명박스럽다.' 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런 분들의 특징은 이익에 밝으며 시스템 상의 허점이나 편법을 이용하는 데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거나 그러한 것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쉽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밤에 산책 나갔다가 골목에 세워둔 따릉이를 보고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이런 영리하신 분들과 마주하기 싫다.

 

집에만 있기 무료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작년에 구한 작업실에 거의 매일 같이 가서 놀다가 온다.

 

작업실 옆에 턱시도를 차려입은 길고양이가 한 마리 사는데 처음부터 애교를 부리더니 친한 척을 해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츄르도 사고, 캔도 사서 가끔씩 나눠 주면서 이 녀석의 취향을 확인해봤다.

 

츄르도 3종을 줘가며 비교해보니 츄르는 종류에 상관없이 잘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캔의 경우 수분이 함유된 젤리타입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동안 간식을 나누면서 나만의 애칭인 '애옹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나중에 보니 애옹이가 인기가 많고,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간식을 얻어먹는 기술이 훌륭해서 항상 골목길을 지나갈 때마다 애옹이를 찾고 기다리고 간식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제 밤에 집에 오기 전에 캔을 하나 따주러 나갔다가 애옹이에게 늘 급식을 주는 소위 동네 캣맘을 마주쳤다.

 

이 분이 동네 고양이 급식통에 사료와 물을 주고 다니는 걸 종종 보곤했는데, 애옹이가 주로 먹는 급식 통을 채우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캔을 따주니 캔이 고양이에게 안좋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요? 그럼 캔을 주면 안되겠네요. 츄르나 가끔 줘야 겠네요."

 

그랬더니 츄르도 고양이 몸에 안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고양이가 사료만 먹을 수는 없으니..." 라고 한다.

 

뭐, 그렇구나.

 

사실 애옹이가 요즈음 종종 토하는 경우를 봤고, 그제도 급식통 옆에 토한 것을 봐서 간식을 주던 비율을 좀 줄이려고 하던 참이었다.

 

인기만발 애옹이를 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간식을 너무 많이 주기는 해서, 츄르를 하루에 3~4봉지 이상 먹는 것도 보곤 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바뀌어 간다.

 

나 어릴 적 고양이 키울 때는 고양이 사료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먹다가 남은 밥에 생성 부스러기나 고기국물 섞어서 주곤 했는데 말이다.

 

 

 

자기 전에 양파링을 한 봉지 먹고 바로 이불 위에 엎드렸더니 내 숨에서 양파링 냄새가 난다.

양파링
양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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