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보면서 이야기 하던 시절 - 1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이모 친구 아들이 갑자기 말을 안해서...그 이모 친구가 속병을 앓다가 암으로 죽었단다."
그래도 나는 별 말을 하지 않았고, 이내 석 달이 흘러갔다.
내가 왜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만,
나이도 한 참먹은 녀석이무슨 고집으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만,
그런 불효를 하면서도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단지 3개월이 넘게 나는 말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무료한 시간이라고 생각될만한 시간이 아주 쉽게 훌쩍 지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계속 벽만 보고 산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었다.
집에서는 거의 내 방에 틀어 박혀서 대부분 책 읽는 것으로 소일했다.
가끔은 책읽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서 웃고, 울고, 심각해지기 일쑤였고,
주말에는 정신없이 한 두 권씩 넘기다가 홀딱 밤을 새워 아침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몸이 지치거나 피곤해지면 그냥 푹 고꾸라지듯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재미있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지겹게 재미 없었고, 어떤 날은 흥미로움에 몸을 떨었다.
똑같이 글로 써진 것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과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게 혹은 느낄 수 있게 보이지 않는 활자라는 것으로 기록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게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보면...어느덧 왼손에 잡혀가는 책의 두께가 점점 굵어지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 아쉬움에 어쩔줄 모르는 것이었다.
책을 품에 안고 몸을 좌우로 한 두 바퀴씩 이리저리 굴리면서 그 여운에 몸을 맡겼다.
바로 새로운 책을 꺼내 읽으면, 혹은 이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읽으면 마치 커피에 프림을 넣듯이 서로 다른 감정이 스멀스멀 녹아서 퍼질 것 같았다.
하나의 책을 읽자마자 새로 읽을책을 선택할 때에는지금 내 몸에 가득한 감정과 이 새로운 감정이 잘 어울릴 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감정들이, 읽었던 내용들을 통한 상상들이 나를 자극하고 요동치게 했다.
감성적으로 만들었고, 무엇인가를 통해서 이를 분출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런 것들이 수 많은 감정들을 만들어 내었지만 여전히 난 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하면서 그 동안 살아왔는지, 내가 이렇게 오후를 보낸 시간을 이전에는 어떻게 보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도데체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 졸려서 나중에 쓴다...마구 쓰는 글이니 끝이 어떻게 될련지...